저는 20대 초중반에 걸쳐서 4년 정도 만났던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그는 늘 학교에서 절 기다렸고, 같이 공부했어요. 당시 도서관이 우리의 주요한 데이트 장소였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가 저를 데려다 주고, 그는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했었지요. 몇년간을 만났지만 늘 같은 패턴이었어요. 물론 너무 착한 사람이었고, 행복했지요. 

그리고 그와 헤어지고 20대 후반에 2년 정도 만났던 다른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그때는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였고, 마침 그의 집도 저희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어서, 퇴근 길에 함께하곤 했어요. 금, 토요일에는 주로 학동사거리에서 데이트 하면서 몇번이고 "저희 영업 끝났는데요" 할때까지 도란도란 얘기하며 머물곤 했었어요. 둘이 여행도 좋아해서 해외여행만 1년에 5번은 다녀왔었어요. 2년동안 10번은 비행기를 탔던 것으로 기억해요.  출장이 아닌 여행을 그 정도로 가려면 하나의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면 다시 다음 여행을 계획하곤 해야 했어요. 

제가 뜬금 없이 예전 연애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요. 저는 바로 이 두 연애에서 시간을 썼던 방식의 차이가 행복을 만들어 내는 주요한 이유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20대 초반에 만났던 남친과는 늘상 같은 패턴으로, 소위 루틴하게 지냈어요. 당시에는 학생이라 돈도 없었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늘 데이트는 같았지요. 4년을 만났지만, 그 와의 연애는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가끔 영화보고, 차마시고." 이 한 줄로 요약되요. 

그런데 20대 후반에 2년정도 지속했던 연애는 그렇지 않은 거에요. 그와 보냈던 시간들은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어요. 너무 이벤트가 많았거든요. 함께 했던 시간은 절반에 불과한데도, 그 시간의 기억들은 훨씬 더 풍부하죠.